[교육]
2019-06-03 14:59

[교사연구회] 우리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알기를 거부(반지성주의)'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5월 문화다양성 교사연구회 모임에서는
<타락한 저항: 지배하는 '피해자들, 우리 안의 반지성주의(2019)>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타락한 저항>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진 '적극적으로 알기를 거부 하는 태도(반지성주의)'를 비판합니다.
'적극적으로 알기를 거부하는 태도'가 무슨 뜻인지 잘 와닿지 않으신가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미디어 속의 유머와 개그, 농담을 잘 살펴보면
장애인, 여성,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를 희화화하고 조롱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꼬집는 사람이 나타나면  '진지충', 즉 사람이 아닌 벌레로 몰아가며 타자화합니다.


그렇다면 학교는 어떨까요?
이번 5월 연구회 모임에서는 '반지성주의', '지성', '혐오' 등을 키워드로
학교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이번 모임 이야기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시는 김나래 선생님이 전해드립니다.



타락한 저항(2019), 이라영 저, 교유서가 출판


2019년에 발간된 신작인 만큼 <타락한 저항>에는 선생님들과
요즘 사회와 학교 분위기에 대해 토의할 수 있는 키워드가 참 많았습니다.


정치적인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나 지성보다 재미와 감각이 판단의 잣대가 된 요즘,
교사의 역할과 학급에서 판단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 지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연구회 선생님들과 책을 읽으며 나눈 공통의 궁금증과 어떤 의견이 오고 갔는지 정리해보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반지성주의’의 분위기가 만연해 진 이유는?


요즘 우리 사회를 생각하면 그동안 사회를 지탱하던 공동체가 무너지고
온라인상에서 힘, 돈, 재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반지성주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세력화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판적 사고나 성찰 없이 ‘일차원적 사유(One-dimensional thoughts)’를 조장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어떠한 기준과 관점을 가질지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모든 결정의 근거를 법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법에 기초한 판결도 판사의 가치관에 따라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 선생님은 법과 제도를 넘어
이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자신의 기준과 관점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눠주셨습니다.
다른 선생님 역시 법과 정책을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성적 규제',
즉 교육, 캠페인 등으로 사회적인 의식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또 다른 선생님 또한 자신과 비슷한 사회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하는 혐오와 차별을 일컫는 '수평폭력'이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교육 기관인 학교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의견을 나눠주셨습니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지성’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으며 연구회 선생님들이 생각한 '지성'의 의미는 각기 다른 듯하면서도
어떤 맥락에서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내가 처한 사회적인 상황,  전달 받는 지식 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태도와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많은 선생님들이 '지성'이란 흔히 명문학교를 나왔거나 부유한 가정이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나눠주셨습니다.




  • "교과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문제의식을 가지는 습관을 갖는 것"

  • "어떠한 사안을 나의 입장에 함몰되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는 태도"

  • "문제를 마주 했을 때 자기파괴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와 능력이며 경험을 바탕으로 배우려는 태도"


'지성'은 모든 인간이 갖출 수 있는 것인가?


한편으로는 고차원적인 지적 사고가 필요한 '지성'을 모든 사회구성원이 갖출 수 있느냐에 대한
회의적인 이야기도 오고 갔습니다.




  • "개개인의 능력이 다 다른 만큼 모든 사람을 일정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 사회에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성숙한 공동체가 많아져
    서로 어떠한 사안에 대해 물어볼 수 있고 토의하고 배울 수 있으면 되지 않을까."


'지성'은 학교 현장에서 교육을 통해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구체적인 방법은 선생님마다 달랐지만,  '지성'은 교육을 통해 기를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비록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를 수는 있지만 말입니다.




  • "‘계층이동의 사다리’라는 책에서 자원을 7가지 종류로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학교에서 ‘인적자원’과 ‘격식 있는 언어’의 두 가지 자원은 교사가 가르칠 수 있다.
    우선, 교사 스스로가 '지성'을 갖춘 사람이 되어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좋은 역할 모델이 되어주고,
    글쓰기, 토의하기, 발표하기 등을 통해 지도하면 좋을 것 같다."

  • "‘리질리언스’라는 책에서는 불우한 가정환경의 학생들을 조사한 내용이 나온다.
    그 아이들 중 일부는 충분히 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났는데
    이들은 자신을 믿어주는 어른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지지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존재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회와 학교에 존경받을 수 있는 인물이 많아져 학생들이 보고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책읽기는 단어를 마음에 새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서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교사 스스로 '모르려고 노력했던 것'이 없지는 않았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며 연구회 모임을 마무리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