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2019-10-04 14:53

[교사연구회] 우리 모두가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길고도 짧은, 짧고도 긴 여름방학을 마치고 오랜만에 올리볼리 문화다양성 교사연구회 9월 모임이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일상 속의 차별과 특권을 지적하여 많은 사람들의 성찰을 이끌어 낸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저, 2019, 창비)’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교사연구회 송한별 선생님이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저, 창비, 2018)>

인상 깊은 부분을 나눠볼까요?
- “’평등의 다양한 양상을 야구장 관람객으로 비유한 이미지가 기억났어요. 우리는 서로 다른평등을 그리고 있지 않을까요?”
- “도입부에서 저자가 고백하듯결정장애처럼 전혀 의식하지 못 한 채 범하는 차별이 얼마나 많을까요?”
-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나 자신을 찌르는 것 같아 아팠어요. 상처로 느껴지기까지 하더라고요.”
- “<기억전달자>라는 영화가 이 생각났어요. ‘평등의 의미를 단편적으로 생각해오지 않았나 싶네요.”


많은 선생님들께서 이 책을 읽으며불편함을 느끼셨습니다. 이 책의 본래 의도이지 않았을까요? 저자 역시 자신을 불편하게 돌아봤던 이야기로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어떤 특권을 누리고 계신가요?
- “교사는 교실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갖죠. 사소한 부분까지도 통제할 수 있고요. 그런 권위 역시 특권이지 않을까요?”
- “장애가 있는 지인에게 아무렇지 않게전철로 출근하냐고 물어봤는데, 전철은 계단이 많아서 이용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장애인 이동권이라는 말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몰랐던 거죠.”
- “남자사람친구랑 대화하면서밤길이 무섭지 않다는 말을 하길래 진심으로 놀랐어요. 타인의 입장이 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에요.”
- “결국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살아가는일상이 특권이었음을 깨달았어요.”


선생님들 모두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상이 사실 특권이었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화장실 이미지(출처: unsplash.com)

모두를 위한 화장실?
- “<좋아 보이는 것들의 배신(캐서린 H.앤서니 저, 반니, 2018)>이라는 책을 읽고 화장실을 다시 생각할 수 있었어요.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던 화장실이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깨닫고 놀랐어요.”
- “장애인화장실은 시각장애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최소한 화장실 앞에 화장실 구조를 알려주는 점자가 있어야 하는데, 학교 장애인화장실에 점자가 있던가요? 실제로 점자가 있는 장애인화장실은 절반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 “화장실은 정말 기본권인데.”
- “화장실 이야기를 우리가 많이 나누었지만, 사실 우리 중 누구도 장애인은 없잖아요. 여전히 우리가 모르고 놓치는 부분들이 많겠죠?(모두 공감)”


화장실 이야기를 한참 나눴습니다. 유니버설디자인과 안전 등 많은 것을 논의했지만, 결국 우리의무지로 돌아왔죠. ‘무지를 인정하기란 우리가 반드시 감수해야 할불편함일 것입니다.




퀴어 퍼레이드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거리가 허락된 사람들? 허락되지 않은 사람들?
- “책에서 언급된 인천퀴어축제에 갔었어요. 그야말로 아비규환 - 성소수자들에게는 광장이 허락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누가 그걸 허락하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하더라고요. 덧붙여서, 원래 그 광장에는 노숙인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날 그분들이 거의 안 보였어요. 그분들은 어디 가셨을까요, 그날? 광장이 허락된 사람들, 광장을 허락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평범하다고 느끼는다수가 사실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고 있음을, 우리 선생님들 역시 그 다수 중 한 명이었음을 느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타락한 저항>의 부제가 생각나더군요. ‘지배하는 피해자들’.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된 적 없나?
- “한 학생이 체형에 비해 너무 큰옷만 입고 왔어요. 새옷도 아니고. 고민 끝에 어머님께 전화드렸죠. 혹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냐고 여쭤봤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못 한 답변을 들었죠. “내가 아이에게 옷을 입혀주고 싶은데, 큰옷이 아니면 입혀줄 수가 없다.” 어머님은 장애인이셨어요.”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모릅니다. 무지를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죠.


평등한 세상을 위해 불편함을 견딜 수 있나?
- “아까 이야기했지만, ‘평등을 어떻게 정의하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구의 입장에서평등인지.”
- “갈등이 첨예하지만, 이런 과정을 계속 거치면서평등의식도 진보하지 않을까요? 지금껏 그렇게 왔다고 생각해요.”


진보를 앞당기려면 우리는 더 많은불편함을 견뎌야겠죠?



학생들이기계적평등을 요구할 때, 뭐라고 할까?
- “학생들을 평가할 때 우리도공정성을 근거로 평가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평가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일까요? ‘성장보다공정에 매몰되지 않나요? 교사들 태도를 경험하며 학생들도기계적평등을 답습하는 건 아닐까요?”


학생들이 더 넓고 깊은평등을 느낄 수 있도록 교사는 의미 있는경험을 준비해야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요.


 

다음 모임 때는 <실격 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10월 모임 후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