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연구회] 자라나는 아이들이 존중받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5월 가정의 달에 앞서 올리볼리 문화다양성 교사연구회에서는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와 아동 인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이상한 정상가족(김경희 저, 2017)>을 읽고 논의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4월 연구회 모임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고 계신 성묘진 선생님이 전해 드립니다!
이상한 정상 가족(2017), 김희경 저, 동아시아 출판
이상한 정상 가족? 이번 모임 때 함께 이야기할 책 제목을 보고는 '이상한 정상가족'이란 무엇일지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주황색 표지의 독특한 질감이 참 특색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챕터, 한 챕터, 책을 차례대로 읽어나가면서 우리 사회가 당연시하고 있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로 행해지는 폭력적 사례들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다양한지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무거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금을 쉽게 긋는 우리 사회의 편협한 잣대,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체벌을 용인하는 어른들, 아이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하는 일가족 '동반자살', 남성 중심 사회에서 미혼모가 겪는 차별, 이주배경 학생의 갑작스러운 추방, '정상가족'으로 수출(입양)되는 아기들...우리 사회의 어둡고 부끄러운 면을 하나하나 꼬집고 있었습니다. 슬프게도 우리 일상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들인지라 읽는 동안 내 자신을 비롯하여 주변의 일들, 학교 현장과 연결되는 일들이 떠올라 깊은 성찰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모임에 참여하신 선생님들 또한 교육 현장에서 고민되는 사례들을 떠올리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이** 선생님은 책을 읽고 전후 맥락과는 관계 없이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출산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평가하고 '미혼모' 가정을 비정상적인 가족 형태로 보는 사회 분위기를 문제점으로 지적해주셨습니다. 또한 결혼 여부, 양육자의 국적 등 가정의 형태와 관계 없이 자라나는 다음 세대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김** 선생님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식사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애쓰시는 동료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공유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동 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학교 안에서도 행정 절차의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국가 정책이나 지원이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 방법을 기획하고 실행할 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송** 선생님은 학교에서 자녀 교육과 관련하여 늘 엄마의 참여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모습을 보며 아빠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아빠와 함께하는 체육대회’를 추진하고자 한 사례를 나눠주셨습니다. 취지에는 많은 선생님들이 공감하였지만 아빠와 떨어져 사는 학생들의 상황도 고려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결국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학교 행사를 기획할 때 '엄마', '아빠'보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고려하여 '보호자'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책이 될 수 있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박** 선생님은 이 책을 읽으면서 학생들을 대했던 자신의 태도와 생각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나눠주셨습니다. 자라나는 아이이기 때문에 성인보다 더 많은 이해와 배려, 관심, 사랑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천천히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장** 선생님은 요즘 우리 사회가 관습처럼 여겨졌던 비합리적인 것들을 바로잡고자하는 노력이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아동의 권리와 관련된 법적 장치나 사회적 인식은 아직 부족한 게 현실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체벌이 금지된 지는 8년째라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가정에서 아이들이 당하는 정서적, 육체적 학대 문제는 여전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눠주셨습니다. 아동 학대의 진짜 문제는 학대가 부모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동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라는 것도 지적해주셨습니다.
모임에서 여러 선생님들이 나눠주신 경험에 비추어 봐도 종종 부모의 폭력적인 언행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자녀들이 학교나 사회에서는 당연히 보호받아야할 약자이며 인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투철히 인식하면서도 정작 가정에서는 훈육을 위한 체벌, 일명 '사랑의 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은 것 같기도 합니다. 아동 인권에 대해 우리 어른들이 스스로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자신도 모르게 배어 있는 잘못된 습관과 편견을 깨닫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기도 했습니다.
'이상한 정상 가족'의 저자 김희경은 모든 종류의 체벌을 금지하는 법의 목적은 ‘명백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매우 선명한 메시지를 내보내는 것, 그리고 폭력과 비폭력 사이에 아주 단순하고 선명한 줄을 긋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교육자인 우리 자신부터 폭력과 비폭력 사이에 놓인 상황들에 선명한 줄을 긋는 훈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가정이나 교육 현장에서 발견하는 인권 침해적 상황을 마주할 때, 명백하고 선명한 메시지를 어떠한 방법으로 전달하고 표현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하고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함께 참여하며 깊이 성찰하는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